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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짓을 안 하믄,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은대?”…정치학자 채효정의 ‘먼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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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4회 작성일 21-09-25 1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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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한 쿠팡 노동자가 지난 6월24일 쿠팡노조와 쿠팡노동자의 건강한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고용안정대책 마련 기자회견에서 발언을 마친 뒤 눈물을 훔치고 있다. 이들이 요구한 건 ‘2시간마다 20분 휴게시간 보장’ 등이다. 1시간당 10분도 쉬지 못한다. 회견은 서울 송파구 쿠팡본사앞에서 열렸다. 박민규 선임기자

(아래)쿠팡 칠곡 물류센터에서 고강도 장시간 심야노동을 하다 숨진 고 장덕준씨의 어머니 박미숙씨(오른쪽)와 아버지 장광씨. 송윤경기자

정치학자 채효정의 페이스북 글을 모아 엮었다. 그는 책을 내면서 “제대로 된 연구서를 내지 못한 채 조각글을 모아낸다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고 한다. 조각글 모음이라니, 겸양의 표현 같다. 눈 밝은 편집자가 찾아낸 페이스북 글은 책으로 내고도 남을 정도의 수준과 깊이를 갖췄다. 글 한줄한줄에 간절함을 담았기 때문이다.
“페이스북 글을 정성 들여 쓰는 사람들일수록 간절함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안다. 나도 그랬으니까.” 채효정은 “여기 적힌 간절한 말들이 간절한 사람들에게 닿기를, 필요한 이들에게 필요한 말이 되어주기를, 바랄 뿐”이라고 했다.

간절함은 쿠팡 물류센터의 처참한 노동 착취 현장을 짚는 데서 시작한다. 작업장엔 의자가 없다. 잠깐 물량이 빠진 틈 한 노동자가 바닥에 앉아 쉬다 ‘발각’됐다. 같은 작업 라인 노동자들이 두 시간 동안 차려자세로 ‘벌’을 받았다. 20대 청년 노동자 장덕준씨가 이곳에서 일하다 1년 반 만에 쓰러져 숨졌다. 채효정은 노동자들의 죽음의 문장을 다시 써야 한다며 술어를 ‘죽었다’에서 ‘죽였다’로 바꾼다.
“법을 지키면서 노동자를 죽일 수 있다면 그 법이 잘못된 것이다. 기업 살인이 중대 범죄면 살인 기업 방조하는 정부도 마찬가지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감당하며 할 수 없는 일을 죽도록 하다가, 죽었다’ 저 문장은 다시 써야 한다. ‘감당할 수 없는 일을 시키고, 할 수 없는 일을 죽을 때까지 하게 해서, 죽였다’로. 당신들이 죽였다.”
책은 금융 자본주의에 대한 첨예하고 신랄한 비판서다. 2020년 3월24일 ‘나중에’라는 제목으로 쓴 글에서 채효정은 이렇게 말한다. “노동을 갈아 넣고 주식이 버는 돈. 자산가들이 투자로 벌어들이는 불로소득. 돈 놓고 돈 먹기. 이 투기판에 정권 요직의 실세들이 전부 숟가락을 얹고 투자 대박에 건물주를 꿈꾸고 있으니 금융시장을 살리는 게 급선무일 수밖에 없다. 삼성의 위기가 곧 자신의 위기일 테니 삼성 가문의 마름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경제위기의 주범은 바이러스가 아니고, 기후위기의 주범은 탄소가 아니다. 끝이 없는 자본의 탐욕이 주범이다.”
채효정은 정권이 어떻게 바뀌고 경제가 어떻게 바뀌어도 주인은 여전히 변함없이 자본이라 본다. “칼만 바꾸어 결국 다시 살인자들에게 칼자루를 쥐여주는 셈”이라고 했다.



“나쁜 짓을 안하몬… 사람이 어떻게 그렇게 큰돈을 모은대?” 채효정이 주민 대상 민주주의 강의를 할 때 한 노인에게 들은 말이다. “부자가 왜 나쁜가요?”라는 질문에 대한 노인의 답이었다. “그 할머니에겐, 한 사람이 정직하게 일해서 모을 수 있는 재산 그 이상으로 가진 사람이란 필시 남한테 해선 안 될 나쁜 짓을 한 사람이었다. 어떤 사람이 상상도 할 수 없이 큰돈을 벌고 있다는 것은 그 돈이 나온 곳에서 다른 어떤 사람은 울고 있다는 것이다. 그게 노인이 평생을 살면서 깨친 이치였다.”
채효정은 환경 이슈에 담긴 자본주의 탐욕 문제도 드러낸다. 범여권의 ‘그린 뉴딜’을 ‘위장 환경주의’로 진단한다. ‘녹색의 속임수’다. 눈과 얼음이 녹아 맨땅이 드러난 남극 세종기지의 모습(2020년 2월 여름쯤)을 두고 “‘세종’은 국가적인 과학기술 프로젝트를, ‘기지’는 ‘전쟁’ 패러다임 속에서 수행”된다며 약탈적 자본주의를 지적한다. 그가 보기에 처음 북반구의 ‘발전된’ 나라들이, 그다음 ‘발전도상’에 있는 나라들이 점령한 극지방은 20세기 자본주의의 마지막 신대륙이다.
기후담론이 점점 ‘에코 포르노그래피’가 되어간다고도 말한다. “자본주의가 저지른 범죄에 대해서는 침묵하고 환경파괴와 기후위기의 끔찍한 현장과 결과만을 보여주며 공포와 불안심리를 감각적으로만 자극하는 것”이 ‘에코 포르노그래피’다. 채효정이 강조하려는 건 ‘대안적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의 대안’이다. 대안적 자본주의로서의 ‘녹색 자본주의’가 아니라,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으로서 민주적이고 생태적인 사회다. “우리가 싸워야 할 대상은 탄소가 아니라 탄소를 뿜어내는 기업과 금융기관들이고, 삭감해야 할 것은 탄소배출량 이전에 글로벌 금융과두제의 권력이다. 그래야 종국에는 탄소배출량도 줄이는 척 시늉만 하지 않고 정말로 줄일 수 있다. 우리 모두의 탓이라는 ‘모두의 책임 윤리’는 결국 정말 책임을 물어야 할 이들까지 인류 속에 파묻어 결국 아무의 책임도 묻지 않는 ‘무책임의 비윤리’를 낳는다.”

채효정은 조국 옹호 세력의 문제를 일찌감치 비판하고 나선 지식인이다. 2019년 10월 벌어진 조국 수호 집회와 현대기아차 노동자 연행 등을 대비한다. 현대기아차 노동자들은 서울고용노동청에서 “차가운 바닥에 앉아 (대법원 판결이 난) 불법파견 시정을 요구하며 노동부 장관 면담을 요청했을 뿐”이다. 경찰은 이들을 폭력 진압하고 연행했다. 서초동 조국 수호 촛불 집회 다음에 일어난 일이다. 같은 시기 문재인 정부는 산재 사고에 대한 원청의 책임을 면제하는 노동법 개악안을 국무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채효정은 검찰 개혁을 위해 수호 집회에 나왔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선의조차 현실 권력 관계에서 ‘친자본 반노동’ 정책을 추진하는 정부에 힘을 실어주는 지지로 귀결된다고 봤다. “조국의 서초동이 밝아지는 만큼 김용희의 강남역은 어두워진다”고 했다. “정치가 ‘극장 정치’가 되면 극이 펼쳐지는 중앙 무대로 관객의 시선을 끌기 위해 무대 밖의 조명이 꺼진다. 그것은 시야를 좁히고, 세계를 인식하는 다른 감각을 둔화시킨다. 그 어두워진 곳에서 폭력은 조용히 가난한 사람들을 찾아온다. 그러나 우리의 진짜 삶은 그 어둠 속에 있다. 과도한 조명이 쏟아지는 무대 위만을 응시할 때 우리 눈은 점점 사물을 분간하는 능력을 잃게 되고, 결국엔 어둠 속의 존재를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눈먼 자들의 도시’는 그렇게 탄생한다.”
‘나도 조국이다’라는 구호 밑에 깔린 모순과 허위도 드러낸다. “수십 억대 자산가에 서울대 법대 친구들을 정계 요직마다 두고 있는 사람을 수난당하는 약자에 비유하며 ‘나도 조국이다’를 외치는 것은 난센스다. ‘나도 00이다’는 아무도 그 옆에 서려 하지 않는 가난하고 힘없는 이들 옆에 서겠다는 연대의 구호이자, 그 사람과의 동일시를 통해 그가 겪는 고통과 두려움에 공감하고 동참하겠다는 각오이며, 공표하여 말함으로써 자신도 같은 위험에 처할지 모르는 상황을 감내하겠다는 용기의 발언이다.”
‘나도 조국이다’라는 구호는 ‘나도 무슬림이다. 나도 레즈비언이다. 나도 불법체류자다. 나도 비정규직 노동자다’ 같은 약자의 연대 선언마저 빼앗아 변질시켰다고 채효정은 말한다.

정치학자로서 대선 이후 팬덤 정치, 진영 대결에 관한 분석도 이어간다. “대선 이후에 진행되는 갈등 양상은 감성 정치, 이미지 정치, 상징 정치로서의 취향의 정치가 가져온 후과를 톡톡히 보여주고 있다. 선거 과정에서 생겨난 팬덤은 대통령에 대한 비판을 마치 스타에 대한 안티팬의 비난처럼 받아들이며 차단한다. 팬덤 형성 역시 일종의 상징 소비인데, 소비자들은 자신이 구매한 상품의 가치가 훼손되는 것을 참기 힘들어하는 법이다. 팬덤은 대상을 우상화한다. 우상에 대한 비판은 용인되지 않으니 비판자의 목소리 역시 금지된다.” 와중에 “정상적인 비판과 반비판, 논쟁은 상실되고 지지와 반대 사이에서 선호와 혐오가 오가는 무한 진동”만 남게 된다.
민주화 이후에, 촛불 이후에 세상은 바뀌었는가. 채효정이 줄기차게 파고드는 문제이기도 하다. 1990년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살던 남매가 부모가 일 나간 사이 화재로 숨졌다. 가수 정태춘은 남매의 죽음을 노래 ‘우리들의 죽음’에 담았다. 2020년 4월8일 울산 동구에서 부모가 일 나간 사이 화재로 형제가 숨졌다. “민주화가 되었어도 왜 우리의 삶은 점점 나락으로 치닫느냐고 물었던 1990년 봄은, 촛불을 들고 정권을 바꿨는데 왜 우리는 계속 죽어야 하는지 묻는 2020년 봄으로 와 있다. 1990년과 2020년에 다른 것이 있다면, 그때의 화재 사건은 전 국민적 충격을 안겨준 사회적 사건이었지만, 2020년의 화재 사건은 쏟아지는 쓰레기 같은 선거 소식에 파묻혀 단신 기사로 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2019년 11월 제주 제2공항 건설에 반대하며 환경부 앞에서 단식 농성을 벌이던 제주 청년 노민규씨가 쓰러졌다. 단식 중 환경부 장관에게 면담요청서를 세 번 보냈다. 환경부 장관 정책보좌관을 통해 공개서한도 보냈다. 돌아온 답은 ‘거절’도, ‘기다려달라’도 아니었다. 그저 ‘무응답’이다. “과거 청와대나 정부청사 앞에서 벌어진 단식농성은 약자들이 정부를 압박하는 중요한 수단이었다. 그 존재 자체가 곧 이 정부가 어떤 정부인지를 드러내는 시금석이었기에 쉽게 무시할 수 없었다. 어떤 정부는 그들을 치웠고, 어떤 정부는 애써 그들을 감췄다. 그런데 지금은 누가 무엇을 하든지 말든지, 상관도 않고 반응도 없다. 철저한 무시와 냉대의 대상이 된 것이다.”
채효정은 “이 정권은 노무현 정권을 계승하면서도 그때보다도 모든 면에서 훨씬 더 나빠졌다”고 말한다. “사람이 죽어가는데 정부는 뭐하냐며 발을 동동 굴렀던 시민들, 속마음이야 어떻든 노동자들의 농성장에 나타나 악수를 청했던 진보성을 내세우는 지식인·정치인”도 대부분 사라졌다. 노동과 환경 문제가 도처에서 벌어지는데도 말이다.
‘친문 대 반문’, ‘조국 대 윤석열’ 같은 정파·진영 간 대결도 “‘기득권층’이라는 다소 애매하게 순화된 언어로 불리는 이 지배계급들의 전쟁”이다. “올바름은 친구들에 대해서는 이롭도록 해주나 적들에 대해서는 해롭도록 해주는 것인 것 같습니다”(폴레마르코스)나 “올바른 것이란 ‘더 강한 자의 이익’ 이외에 다른 것이 아니라고 주장합니다”(트라시마코스) 같은 말은 여전히 현실에서 위력을 발휘한다.
“JTBC 여기자가 자한당 개신교 연합집회 참가자들에게 성추행을 당했답니다. JTBC가 회사 차원에서 분노하는 건, 너무나 당연합니다. 하지만 먼저, 조국 장관 가족들의 일생을 추행하는 데 동조한 일에 대해서 스스로 성찰해야 할 겁니다”라는 전우용의 트위터 글을 두고 채효정은 이렇게 말했다. “다른 맥락의 두 사건을 나란히 놓고, ‘추행’이란 용어로 저렇게 비교할 수 있는 것은 각 진영이 당한 피해가 상대 진영에 대한 다른 가해로 교환될 수 있다고 생각할 때만 가능한 일이다.”
채효정은 “(이 지배계급들의 전쟁을) 도저히 ‘우리의 전쟁’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며 이렇게 말한다. “그것은 우리를 계속 죽음으로 내모는 전쟁이니까. 나에게는 노동자들의 싸움, 여자들의 싸움, 나무들의 싸움, 산과 강의 싸움, (살처분된) 돼지들의 싸움이 더 절박하며, 그게 나의 싸움이다. 그건 살기 위한 싸움이고, 무엇보다도 ‘인간답게 살기 위한’ 싸움이니까.”
채효정은 경희대 후마니타스 칼리지 해고 노동자다. ‘고작 강사 하나’도 ‘까짓 그 강의 하나’가 아님을 알려주려고 “물러설 수 없는 자리”에서 싸움을 벌인 이야기도 실었다. 강원도 인제에서 ‘들 노동자’로 사는 그는 밭일에 관한 단상도 들려준다.
진보와 좌파를 자처하던 지식인 상당수가 현 정권 들어서 노동, 자본, 환경 문제에 침묵하거나 외면한다. 자신을 “지배당하는 이들, 저항하는 이들에게 필요한 연구자”로 자리매김하는 채효정의 이 책은 불편부당함과 지식인의 책무가 무엇인지도 새삼 일깨운다.



원문보기:
https://www.khan.co.kr/culture/culture-general/article/202109241147001#csidxb302bee849fad35b8a65563db85fff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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