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스루 피플]스페인 ‘포데모스’ 창당 주역 이글레시아스 “분노를 변화로” 이끈 그때처럼, 다시 승리를 향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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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축에 분노한 시민들 모아
80년 만에 양당구조 깨고
좌파연립정부 수립도 성공
[시스루 피플]스페인 ‘포데모스’ 창당 주역 이글레시아스 “분노를 변화로” 이끈 그때처럼, 다시 승리를 향해
국민당 후보 독주 깨려 나선
주지사 선거 지자 은퇴 선언
“내 역할은 끝났다. 스페인의 역사를 바꾸는 일에 함께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
2014년 풀뿌리 정당 ‘포데모스’를 창당해 파란을 일으켰던 파블로 이글레시아스(42)가 지난 4일 밤(현지시간) 정계은퇴를 선언했다. 그가 이끌어 온 포데모스는 지난해 스페인의 양당 정치를 80년 만에 깨고 좌파연립정부를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글레시아스는 보수 성향의 국민당 후보 이사벨 디아스 아유소의 독주를 막기 위해 직접 마드리드 주지사 선거에 출마했다가 패배하자,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그는 “떠날 때가 됐다. 당 리더십 개혁에 걸림돌이 되지 않겠다”고 말했다.
2011년 스페인 정치 무대에 혜성처럼 등장한 이글레시아스는 대중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2000년대부터 방송 정치 해설로 유명해진 그는 특유의 꽁지머리 스타일과 거침없는 언변으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극우보수 정치인을 향해서는 “당신은 파시스트도 아니고 기생충일 뿐”이라면서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원래 스페인 최고 명문 마드리드 컴플루텐세대학의 정치학 교수였던 그는 2000년대에만 30편 이상의 논문을 발표할 만큼 성실한 학자였다. 그런 그를 정치로 이끈 것은 2008~2009년 유럽의 금융위기였다. 스페인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서라며 긴축정책을 이어가자 실업, 빈부격차, 부패, 공공서비스 축소로 고통받던 시민들은 거리로 나섰다. 2011년 5월 긴축정책으로 집과 일자리를 잃은 스페인 시민들이 광장에 모여 ‘인디그나도스(분노한 사람들) 운동’을 시작했다.
이글레시아스는 시민들의 분노를 조직적인 움직임으로 만들었다. “분노를 정치적인 변화로 이끌어야 한다”는 생각에서였다. 2014년 유럽의회 입성을 목표로 신당 포데모스를 창당했다. 힘(poder)과 민주주의(democracia)를 결합한 포데모스는 스페인어로 ‘우리는 할 수 있다’는 뜻이다. 포데모스는 긴축정책과 무분별한 민영화에 반대하고, 이윤을 내는 기업의 노동자 해고를 금지하고, 공공복지 확대와 기초소득 보장 등을 주장하면서 서민들의 마음을 움직였다. 창당 4개월 만에 120만표를 얻어 유럽의회 선거에서 5석을 차지하는 등 정치 돌풍을 일으켰다.
정당 운영 방식 또한 기존 정치조직과는 완전히 달랐다. 풀뿌리 조직이어서 누구나 활동에 참여할 수 있고, 운영자금은 크라우드 펀딩으로 마련했다. ‘플라자 포데모스’라는 온라인 공론장을 통해 시민들이 의원들에게 직접 질문을 던지거나 제안을 올릴 수 있고, 총선 후보도 이 공간에서 투표로 결정했다. 당 소속 의원들은 의원 연봉 제한, 퇴직연금 거부, 온라인 회계장비 지출 기록 등으로 특권을 버렸다.
기성정치에 신물이 난 스페인 국민의 마음은 점점 더 포데모스로 쏠렸다. 2015년 12월 총선에선 350석 중 69석을 차지하며 제3당으로 원내 진출에 성공했다. 1936년 스페인 내전 이후 80년 넘게 국민당과 사회노동당이 돌아가며 집권해온 양당 구도를 깬 것이다. 지난해에는 사회당이 꾸린 좌파연립정부의 파트너로 집권에 성공했다. 이글레시아스는 사회부총리를 맡았고 포데모스 출신이 장관직 4개를 차지했다.
하지만 집권하자마자 코로나19 대유행이 스페인을 덮쳤다. 개혁적인 정책은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방역정책에 대한 여론의 반감에 희생양이 됐다.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아유소 마드리드 주지사는 코로나19 대유행에도 경제를 살려야 한다며 봉쇄정책에 반대해 사회당 페드로 산체스 총리가 이끄는 좌파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었다. 이번 주지사 선거 또한 아유소가 연립정부가 자신을 몰아내려 한다며 스스로 정부 구성을 해산해 열리게 된 것이다. 이글레시아스는 선거 결과에 대해 “비극적인 트럼피즘 우파의 승리”라면서 “선거운동 기간 우파의 공격과 파시스트 담론을 공론화한 언론의 희생양이 됐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신이 떠난 후 포데모스가 ‘여성 리더십’을 주축으로 쇄신할 것이라고 했다. 여성인 욜란다 디아즈 노동부 장관을 자신의 후계자로 지명한 것도 이 때문이다. 미국 좌파잡지 자코뱅은 이글레시아스의 은퇴에 ‘생큐, 파블로 이글레시아스’라는 특집기사를 내보냈다. 이글레시아스는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의 유명한 발언으로 은퇴 연설을 마무리했다. “아스타 시엠프레(Hasta Siempre·승리의 그날까지 영원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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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news.khan.co.kr/kh_news/khan_art_view.html?artid=202105062044015&code=970205#csidx17c55208c4e5779b06726d1bc66e6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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