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포럼

[편집국에서]공급확대론 ‘덫’에 걸린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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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0-07-24 14:11 조회2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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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노무현 정부는 당시 0.15% 수준이던 보유세(종합부동산세+재산세)의 실효세율을 2009년 0.36%, 2017년 0.61%로 높이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현재 실효세율이 0.15~0.16% 수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절반에도 못 미치는 상황임을 감안하면 사실상 보유세 강화는 제자리걸음이다. 보수정부가 보유세 강화를 터부시했던 탓도 있다. 실효세율은 주택가격 대비 보유세 비율이다. 공시가격 현실화 정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실효세율 1%는 30억원짜리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을 때 1년에 3000만원 정도를 보유세로 낸다는 의미다.

정부가 굳건한 보유세 인상 의지를 갖고 로드맵을 지킬 경우 나타나는 효과는 이런 것이다. 예컨대 서울 강남에 아파트를 사려는 사람은 향후 자신의 소득 수준과 보유세 감당 여부 등을 따지게 되고, 수억원의 빚을 내 아파트를 사는 게 합리적인지 수차례 되묻게 된다. 시세차익을 노려 무작정 사는 것 자체가 불합리한 선택이 될 수도 있음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이 안정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게 된다.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논란에도 보유세 강화가 투기를 막는 수단으로 여겨지는 이유다.

한국이 ‘부동산 인질사회’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건 집값 상승에 따른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워낙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한 번의 거래로 수억원의 미래이익을 잃거나 얻게 되는 게 부동산 시장이라면 정상이 아니다. 촛불혁명으로 탄생한 문재인 정부라면 다르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집값이 오르면 대책이 나오고, 진정되다 다시 오르면 대책이 또다시 나오는 패턴이 지속됐다. 시장 변동과 관계없이 보유세 실효세율 인상 로드맵을 만들고 되돌릴 수 없는 장치를 마련했다면 상황이 달라졌을 수 있다.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적어도 지난해 12·16대책 이전까지는 보유세 강화를 위한 의지를 보여주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집권 초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에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구성돼 보유세 개편을 주도하는 듯했으나 특위가 만든 종부세 개편안은 용두사미에 그쳤다. 부동산 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정부는 종부세 최고세율을 2.0%에서 3.2%(20일팔년 9·13대책), 4.0%(2019년 12·16대책), 6.0%(지난달 7·10대책)로 높이는 안을 들고나왔지만 애당초 일관된 로드맵에 근거한 게 아니었다. 시세보다 30% 이상 낮게 책정된 공시가격을 현실화하는 작업도 더디기만 하다. 결국 ‘세금폭탄’ ‘징벌적 과세’ 프레임이 횡행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정부는 이제 여당과 함께 공급확대론자들을 다독거리고 있다. 이달 안으로 공급확대 방안을 내놓겠다고 하나 시장 안정으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겉으로 보면 공급확대가 그럴듯해 보이나 투기수요가 더 크다면 효과를 볼 수 없다. 공급확대 방안이 이 시점에 필요한지도 분명치 않다. 국토교통부가 얼마 전 내놓은 자료를 보면 올해부터 2022년까지 3년간 예상되는 서울 아파트 입주물량은 연평균 4만6000가구로 과거 10년(2010~2019년)보다 35.3% 많다. 서울 도심 7만가구를 비롯해 수도권 전체에 25만가구 이상의 공급 부지를 확보하겠다고 밝힌 게 지난 5월이다. 공급물량이 충분하다던 국토부가 말을 뒤집은 건 민심 악화를 두려워한 여당의 압박이 워낙 컸기 때문일 것이다. 기본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둘러싼 여건 자체도 매우 힘겹다.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시중에 자금이 많이 풀렸고 유동성을 잡기 위해 금리를 올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공급확대 방안을 내놓은 뒤에도 시장이 진정되지 않는다면 다음에는 어떻게 할 것인가. 급한 불을 끌 요량이라면 경제팀 교체가 검토되어야 한다. 부동산 정책 실정에 대한 진정 어린 사과도 없고,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면 신뢰 회복은 요원하다. 부동산 정책에 한 방은 없다지만 그나마 지금 기대할 수 있는 건 인적 쇄신이다. 이후 국회 입법을 통해 보유세 강화를 위한 토대를 만들고, 실수요자에 맞는 공급대책을 촘촘하게 마련하는 것이 순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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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촌(江村) /두보(杜甫)


淸江一曲抱村流, (청강일곡포촌류) 맑은 강 한 구비 이 마을을 안고 흐르는데,

長夏江村事事幽. (장하강촌사사유) 긴 여름 강촌에는 만사가 한가롭다.

自去自來梁上燕, (자거자래당상연) 절로 갔다 절로 오는 것은 들보 위의 제비요,

相親相近水中鷗. (상친상근수중구) 서로 친하고 서로 가까이하는 것은 물 위의 갈매기라.

老妻畵紙爲碁局, (노처화지위기국) 늙은 아내는 종이에 줄 그어 바둑판을 만들고,

稚子敲針作釣鉤. (치자고침작조구) 어린 아들은 바늘 두들겨 낚싯바늘 만드는구나.

多病所須唯藥物, (다병소수유약물) 병약한 몸에 필요한 것이라곤 그저 약물 뿐,

微軀此外更何求. (미구차외갱하구) 하찮은 이내 몸이 이 밖에 또 무엇을 바라리오.



화석정 / 율곡 이 이


林亭秋已晩 / 騷客意無窮 숲에는 가을이 저물어 가매 / 시인의 시정은 그지없어라.

遠水連天碧 / 霜楓向日紅 물빛은 하늘에 닿아 푸르고 / 단풍은 햇빛 따라 불타올라라.

山吐孤輪月 / 江含萬里風 산에는 둥근 달이 솟아오르고 / 강에는 끝없는 바람 어려라.

塞鴻何處去 / 聲斷暮雲中 기러기는 어디로 가는 것인가 / 저무는 구름 새로 소리 끊겨라.

바위 / 청마 유치환


내 죽으면 한 개 바위가 되리라

아예 애련(愛憐)에 물들지 않고

희로(喜怒)에 움직이지 않고

비와 바람에 깎이는 대로

억년(億年) 비정의 함묵(緘默)에

안으로 안으로만 채찍질하여

드디어 생명도 망각하고

흐르는 구름

머언 원뢰(遠雷)

꿈꾸어도 노래하지 않고

두 쪽으로 깨뜨려져도

소리하지 않는 바위가 되리라







광야

이육사


까마득한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때도
참아 이곳을 범하든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나리고
매화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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