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선박 충돌’ 볼티모어 다리 동강…“실종자·항구 마비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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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 이주노동자 6명 ‘전원 사망 추정’
미국 뿐 아닌 세계 물류 차질 심화 우려
주민들 망연자실 “지난주도 건넜는데…”
“지난주에도 저 다리를 건넜는데….”
26일 미국 메릴랜드주 볼티모어항 입구의 ‘프랜시스 스콧 키 다리’ 붕괴 현장을 보러 온 60대 남성은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이었다. 사고 현장에서 다소 떨어진 비탈길에서 다른 주민들과 함께 걱정을 나누던 그는 “실종자들도 걱정이지만 항구 운영 차질도 우려된다”며 “볼티모어는 미국에서 아홉 번째로 큰 항구로, 수많은 사람이 대대로 항구 일로 먹고산다”고 했다.
경찰 통제선을 지나 퍼탭스코강 하구에 이르자 300m 길이에 컨테이너 4900개를 실은 배가 2.6㎞짜리 다리를 바스러뜨린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싱가포르 선적 달리호는 1만6400㎞ 떨어진 스리랑카 콜롬보를 향해 출항했으나 4㎞밖에 가지 못하고 육중한 몸을 멈추고 있었다. 이날 새벽 1시30분께 달리호가 들이받은 교각과, 교각이 떠받쳐온 도로 구조물은 물 속으로 사라진 상태였다. 다리 하중을 분산하려고 설치한 대형 철제 트러스 구조는 어그러지고 조각난 채로 일부가 뱃머리에 걸쳐져 있었다. 남북쪽에서는 끊긴 다리의 단면이 허공을 향했다. 주변을 선박과 헬리콥터가 오가며 실종자를 수색했다.
볼티모어 시민들은 하루 3만명 이상이 이용하고, 그 아래로는 미국 9대 무역항을 드나드는 수많은 선박이 지나가는 다리가 순식간에 사라지리라고는 상상하지도 못했다고 했다. 50대가 되기까지 평생 볼티모어에서 살았다는 견인차 운전기사 케빈 윌리엄스는 “난 저 다리를 자주 건넌다”며 “그나마 새벽에 사고가 나 다행이지 낮이었다면 희생자들이 훨씬 많았을 것”이라고 했다.
애초 다리 위를 지나던 차량 여러 대가 추락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으나 피해자들은 구조된 2명과 실종된 6명 모두 도로 보수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로 확인됐다. 해안경비대는 이날 저녁 수색 중단을 선언하면서 실종자들 모두가 사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보수 작업을 맡은 업체는 이들은 엘살바도르·과테말라·온두라스·멕시코 등 중남미 출신자들이라고 밝혔다. 실종자들의 한 동료는 “우리는 가난한 사람들”이라며 “우리 가족은 고국에서 우리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메릴랜드주 당국과 선박 회사 설명을 종합하면, 달리호는 출항 직후 전력 공급이 끊기는 문제가 발생했다. 선장은 엔진이 멈춰 조종이 불가능해지자 닻을 내리라고 지시하면서 교각과의 충돌을 피하려고 했지만 사고를 막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달리호가 교각 충돌 가능성을 알리며 구조 신호를 보내 인명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다리 남·북단 통제소가 차량 진입을 막았기 때문이다.
이번 사고는 전혀 예측할 수 없던 상황에서 자칫 엄청난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었던데다, 미국 동부 주요 항만 기능을 마비시켰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끔찍한 사고” 현장을 서둘러 방문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볼티모어항의 기능 재개가 중요하다며 복구 비용은 연방정부가 대겠다고 했다.
세계적 물류 차질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볼티모어항은 주요 자동차 수출입항이자 미국의 2대 석탄 수출항이다. 대형 선박 10여척이 항구에 발이 묶였고, 볼티모어로 향하던 선박들은 대체 항구를 찾아야 한다. 지금은 예멘 후티 반군의 홍해 항행 선박 공격으로 아시아~아프리카 사이의 수에즈운하 이용 선박이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북중미와 남미를 가르는 파나마운하는 가뭄 탓에 선박 운항이 급감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사고 원인인 전력 공급 중단은 불량 연료를 발전 재료로 썼기 때문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뉴욕타임스는 달리호가 지난해 6월 칠레에서 한 검사에서 “추진 및 보조 기계”에 결함이 있다는 판정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으나 사고와의 연관성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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