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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레임덕 지나 ‘데드덕’ 자초…채상병 특검 거부가 부를 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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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1,409회 작성일 24-05-12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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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실에서 열린 ‘윤석열 정부 2년 국민보고 및 기자회견’에서 질문받고 있다. 연합뉴스

윤, 레임덕 지나 ‘데드덕’ 자초…채상병 특검 거부가 부를 미래

재의 표결은 무기명 투표 형식
여당 20명 정도 찬성하면 가결
임기 끝나는 국힘 의원은 58명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 없다는 속담은 사실이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2주년 기자회견이 그랬습니다.

사실 1년9개월 만의 대통령 기자회견에 온 나라가 들썩인 것 자체가 비정상입니다. 그래도 모처럼의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확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면 좋겠다고 많은 국민이 기대했습니다.

회견 날 아침 신문 1면에 등장한 예고 기사의 제목은 이랬습니다.

“과오를 인정하라, 민심에 다가가려면”(경향)
“윤 대통령, 오늘 기자회견…키워드는 ‘국민 공감’”(조선)
“용산 소통령(소통하는 대통령) 될 기회, 국민 공감부터 얻어야”(중앙)

윤 대통령은 국민의 기대를 보기 좋게 배반했습니다. 총선 패배 뒤 낙선자 위로 오찬에 참석했던 국민의힘 중진 의원이 “여전히 선거를 왜 졌는지 모르는 것 같고 기조가 변할 것 같지 않다. 정치를 모르기 때문이고, 외동아들 캐릭터의 영향도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그대로였습니다.

회견 다음 날 아침 신문 사설 제목은 이랬습니다.

“특검 충돌도, 의정 갈등도, 연금개혁도 해법 못 낸 윤 회견”(동아)
“특검도 소통도 ‘마이 웨이’, 기자회견 왜 열었나”(한겨레)
“윤 사과했지만 ‘총선 민심’에 부응 못한 기자회견”(한국)

 특검법은 걷어차고 성과는 깨알 자랑

큰일입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 2년의 성과를 깨알같이 자랑한 뒤 앞으로 3년의 국정 운영 계획을 밝혔습니다. 그런데 그걸 도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는 제대로 말하지 않았습니다. “정쟁을 멈추고 민생을 위해 정부와 여야가 함께 일하라는 것이 민심”이라며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야당도 힘을 모아주시기를 부탁드린다”는 것이 전부였습니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입니다. 대통령 혼자 국정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나라가 아닙니다. 국정의 대부분은 법률로 이뤄집니다. 법률은 국회가 만듭니다. 여소야대에서 국회의 협조를 받지 못하면 대통령은 윤 대통령 표현대로 ‘거의 식물 대통령’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은 ‘김건희 여사 특검법’을 “정치 공세”로 치부했고, ‘채 상병 특검법’은 “경찰과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필요하면 하자”고 거부 의사를 밝혔습니다. 총선 참패의 큰 원인이었던 김건희 여사와 채 상병 사건 특검법 둘 다 걷어찬 것입니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은 22대 국회 개원 이후에 더불어민주당이 다시 추진할 예정이니 약간의 시간이 있습니다. 당장 채 상병 특검법이 발등의 불입니다. 채 상병 특검법은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석 168명 만장일치 찬성으로 가결됐습니다.

국회를 통과해 정부로 이송된 법안은 대통령이 15일 이내에 공포해야 합니다. 이의가 있으면 이 기간에 이의서를 붙여 재의를 요구할 수 있습니다. 대통령의 거부권입니다. 법률안의 일부에 대하여 또는 법률안을 수정하여 재의를 요구할 수는 없습니다. 입법은 국회의 권한이기 때문입니다.

 국민의힘, 똘똘 뭉칠 수 있을까

윤 대통령이 채 상병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재의결 투표를 할 것입니다. 김진표 국회의장은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 표결 때 “안건신속처리(패스트트랙) 제도를 도입한 국회법 취지에 비추어볼 때 이 안건은 21대 국회 임기 내에 어떠한 절차를 거치든지 마무리되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21대 국회의원 임기는 오는 29일까지입니다.

흥미로운 지점은 의결 정족수입니다. 재의 요구 법률안은 국회에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전과 같은 의결을 하면 법률로 확정됩니다. 대통령이 5일 이내에 공포하지 않으면 국회의장이 공포합니다.

여기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이라는 특별 의결 정족수가 중요합니다. 국민의힘은 지난 2일 채 상병 특검법 표결 때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했습니다. 김웅 의원만 남아서 찬성투표를 했습니다.

재의결 표결 때 국민의힘 의원들이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 어떻게 될까요? 야당 의원만으로 ‘재적 의원 과반수 출석’ 요건을 채우고 ‘출석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이렇게 채 상병 특검법은 가결됩니다.

법안을 부결시키려면 국민의힘 의원들이 전원 표결에 참여해야 합니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똘똘 뭉쳐서 반대하면 가능합니다. 야당 의원 수가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에 훨씬 못 미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국회법 112조(표결 방법) 5항은 “대통령으로부터 환부된 법률안과 그 밖에 인사에 관한 안건은 무기명 투표로 표결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무기명 투표에서는 ‘반란표’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습니다. 물론 야당 의원 중에서도 ‘반란표’가 나올 수 있습니다. 어느 쪽 반란표가 더 많을까요? 국민의힘 반란표가 더 많다고 봐야 합니다.

현재 국회 재적 의원은 296명입니다. 재적 의원 전원이 표결에 참여한다고 가정할 경우 198명이 찬성하면 채 상병 특검법은 재의결됩니다. 거대 양당 의석은 더불어민주당 155명(더불어민주연합 13명 포함), 국민의힘 113명입니다. 그리고 7개 정당 19명, 무소속 9명이 있습니다.

개혁신당(4) 양정숙 양향자 이원욱 조응천
진보당(1) 강성희
자유통일당(1) 황보승희
새진보연합(1) 용혜인
새로운미래(5) 김종민 박영순 설훈 오영환 홍영표
조국혁신당(1) 황운하
녹색정의당(6) 강은미 배진교 심상정 양경규 이자스민 장혜영
무소속(9) 김진표 박완주 윤관석 윤미향 이상헌 이성만 이수진 전혜숙 하영제

따라서 국민의힘 의원 20명 정도만 찬성투표를 하면 채 상병 특검법은 가결됩니다. 지금까지 공개적으로 찬성 의사를 밝힌 의원은 김웅·안철수 의원 정도입니다. 그러나 국민의힘에는 22대 국회에 진출하지 못한 58명의 의원이 있습니다.

서울/김영주 김웅 박성중 박진 유경준 최재형 태영호
부산/김희곤 서병수 안병길 이주환 장제원 전봉민 하태경
대구/김용판 류성걸 양금희 임병헌 홍석준
대전/이상민
울산/권명호 이채익
경기/김학용 유의동 최춘식
충북/정우택
충남/이명수 홍문표
전북/이용호
경북/김병욱 김영식 김희국 윤두현
경남/강기윤 김영선 이달곤 조해진
비례대표/김근태 김은희 노용호 박대수 서정숙 우신구 윤주경 윤창현 이용 이종성 이태규 전주혜 정경희 정운천 조명희 조수진 지성호 최승재 최연숙 최영희 한무경

어떻습니까? 이들 가운데 누가 채 상병 특검법에 찬성표를 던질까요? 명단을 보고 짐작해보시기 바랍니다.

‘공정’ 가치 스스로 훼손한 대통령

만약 오는 28일 국회 본회의에서 채 상병 특검법이 가결되면 윤 대통령의 거부권은 무력화되는 것입니다. 국민의힘 의석이 108석으로 줄어드는 22대 국회에서도 이와 같은 현상이 재연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윤 대통령이 정치 공세라고 비판했던 김건희 여사 특검법도 결국 국회에서 가결되는 사태가 얼마든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거부권까지 무력화된 대통령을 뭐라고 불러야 할까요? ‘거의 식물 대통령’이 아니라 ‘그냥 식물 대통령’이라고 불러야 하지 않을까요? ‘레임덕’이 아니라 ‘데드덕’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런 상황이 실제로 벌어지면 행정부가 마비될 것입니다. 정부의 정책은 표류할 것입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런 사태를 막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정치로 풀어야 합니다. 윤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이재명 대표와의 회담에서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해소하고 논의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 뒤 여야 합의가 이뤄져 지난 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태원 특별법이 가결됐습니다.

채 상병 특검법도 이런 수순을 거쳐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 합의로 통과시킬 수 있습니다.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7일 “(대통령이) 일단 거부권을 행사하더라도 여야가 조속히 재협상할 것을 요청하고 이태원 특별법처럼 여야가 합의하면 특검을 수용할 것을 천명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조해진 의원의 이런 절충안조차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어떻게 하려는 것인지 알 수 없습니다.

마무리하겠습니다. 윤 대통령은 공정이라는 가치를 내세워 대통령 자리에 올랐습니다. 그런데 김건희 여사 비리 의혹을 감싸고돌면서 공정이라는 가치를 스스로 훼손했습니다. 채 상병 사망 사건에서는 아예 대통령 자신이 ‘외압의 당사자’라는 의심을 받고 있습니다.

‘무신불립’이라고 했습니다. 지금 이대로는 도저히 대통령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지경입니다. 특검을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게 바로 윤 대통령이 정치적으로 소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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