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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지율 20%대’ 대통령이 만든 정치 실종 시대…결국은 ‘각자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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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댓글 0건 조회 690회 작성일 24-09-12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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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월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대통령실사진기자단

지지율 하락에도 변화 없어…대통령으론 국회 개원식에 첫 불참

견제기능 제대로 못 한 여야 책임…쟁점들 정치적 해결 어려울 듯

한국사회가 대통령제에 관해 ‘참교육’을 당하고 있다. 여론, 지지율 변화에 무감한 대통령에게는 특별한 견제 장치가 없다는 것이 이번 교육의 핵심이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은 30%를 밑도는 것으로 조사됐다. 리얼미터의 일간 여론조사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국정브리핑에 나선 지난 8월 29일 이후 하루동안 지지율은 2.1%포인트 급락했다.(30.4→28.3%)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개혁, 친일 논란, 김건희 여사 수사, 채 상병 특검, 당정관계, 영수회담 등에 관해 설명했다. 지지율 하락은 현안에 대한 대통령의 설명과 여론의 괴리감에서 비롯됐다는 의미다. 그런데도 대통령실은 어떤 변화도 보이지 않았다.

역대 대통령들은 지지율이 급락하면 국정운영을 쇄신하는 척이라도 했다. 그러니 지지율은 대통령제 민주주의에서 권력을 견제할 수 있는 유효한 장치처럼 여겨졌다. 윤 대통령은 달랐다. 국정브리핑 직후 참모들에게 “선거 없는 지금이 개혁을 추진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9월 2일에는 ‘민의의 집합체’인 국회 개원식에도 불참했다. 이른바 ‘87년 체제’ 이후 대통령이 불참한 첫 사례다. 대신 “국회를 먼저 정상화하고 초대하는 것이 맞다”는 꾸지람을 전했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 지지율은 여당인 국민의힘 지지율에도 미치지 못한다.

스티븐 레비츠키와 대니얼 지블랫 하버드대 교수는 책 <어떻게 민주주의는 무너지는가>(How Democracies Die)에서 “민주적 선거를 통해 집권한 지도자가 행정부 권력을 확대해 자유와 법치를 훼손하고, 서서히 민주주의를 질식시킨다”고 지적했다. 이 공식은 한국 대통령제에도 어김없이 적용된다. 국회가 제정한 법이 아닌 정부의 행정명령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대통령이 ‘정치적 부채, 책임’에서 자유로울 경우 이는 더욱 극대화된다. 다음 선거에 출마할 일도 없고, 정치적 계보가 있어 정권연장이 사명인 것도 아닌 경우다. 직무집행에 있어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사실이 발견되지 않으면 ‘정치적 이유’로 탄핵당할 일도 없다. 이렇게 위기에 무감각해진 대통령은 국민의 불편에도 무감각해진다. 실제로 이른바 응급실 ‘뺑뺑이’ 경험담이 나오고 있지만 윤 대통령은 “의료 현장을 한 번 가보라. 비상 진료체제가 그래도 원활하게 가동되고 있다”라거나 “국민 여러분, 어떻게 생각하나. 국가가 정부가 어떻게 해야 하겠나”라고 말했다. 의료개혁과 관련해 여야가 제안한 의견을 모두 일축하고 있는 정부가 국민에게 의견을 되묻는 상황은 기만에 가깝다.

문제는 앞으로도 이러한 상황이 해소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가장 가까운 전국단위 선거가 2026년 6월 3일 예정인 제9회 전국동시지방선거다. 윤 대통령 임기를 1년 정도 남겨둔 시점이다. 선거 승패가 국정운영 방향에 영향을 주기엔 너무 늦다. 국회가 삼권분립 취지에 맞게 행정부를 견제할 것이라 기대하기도 어렵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주요 현안에 목소리를 내지만 대통령실에 무시당하거나(2026년 의대 정원 증원 유예 제안) 뒤늦게 자기검열(제3자 추천 방식 채 상병 특검법) 중이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정책적 측면에선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시행을 두고 당내 혼선부터 정리해야 한다. 정치적 측면에선 계엄령과 같은 확인 불가능한 의혹에 스스로 휘말리고 있다. 안일원 리서치뷰 대표는 “정치가 완벽히 실종된 상태”라며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정쟁 외에 민생 의제들이 해결되는 모습을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의 과거 행보로 볼 때 국정기조 변화는 굉장히 어려운 만큼 추석 명절 즈음이면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보다 더 하락하는 상황을 볼 것 같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응급 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월 4일 경기도 의정부시 권역응급의료센터인 가톨릭대 의정부성모병원을 찾아 응급 의료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대통령실 제공

대통령은 현실을 어떻게 보나

윤 대통령의 국정브리핑은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많은 의문을 만들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우리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고, 앞으로 더 크게 도약할 것”이라고 말한 점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근거는 지난 7월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을 2.5%로 전망했는데, 이는 미국(2.6%)에 이어 주요 선진국 중 두 번째로 높다는 것이다.

해당 전망치에는 기초적인 함정이 있다. 윤 대통령이 단순히 경제성장률이라고 말한 내용은 본래 ‘전년 대비’ 경제성장률이라고 말해야 정확하다. 어떤 해의 성장률이 유독 낮으면 이듬해 성장률은 높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전쟁으로 2022년 -1.2%로 역성장한 러시아의 2023년 경제성장률은 3.6%였다. 2023년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1.4%, 미국은 2.5%, 일본은 1.9%였다. 주요 선진국 평균은 1.7%로 명시됐다. 기저효과를 고려하지 않고, 해당 수치로만 비교하면 지난해 한국은 주요 선진국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게 성장했고, 전쟁 중인 러시아는 주요 선진국을 뛰어넘어 성장했다는 의미가 된다. 심지어 러시아는 올해도 3.2% 성장할 것으로 예측된다. 윤 대통령 말대로면 전쟁 중인 러시아가 세계에서 경제성장이 가장 빠른 나라 중 하나다. 게다가 한국은 2024년 2/4분기에 1/4분기보다 -0.2% 역성장했다. 전망치 하나를 보여주며 “경제가 확실하게 살아나고 있다”는 말을 체감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외교, 통일 측면에서도 현실과 괴리감을 만드는 말들이 쏟아졌다. 외교 영역에선 “한·일관계를 12년 만에 정상화시켰고, 정부 출범 이후 11차례의 정상회담과 활발한 고위급 교류를 통해 안보와 경제협력을 활성화시켰다”는 것이 대표적이다. 윤석열 정부를 향해 ‘친일’이라는 비판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대통령은 ‘한·일관계’ 개선을 업적으로 언급했다. 특히 이러한 행위가 대통령 스스로 외교적 ‘운신의 폭’을 좁히는 것이란 지적이 계속해서 나오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 스스로 어떻게든 대일관계가 악화하지 않게 관리해야 할 상황을 만들고 있다는 의미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퇴임을 앞두고 방한한 것을 두고 “기시다 총리의 ‘최고 성과’는 ‘윤석열 대통령’”이란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임기 3년차에 통일 정책으로 내놓은 ‘8·15 통일 독트린’ 역시 마찬가지다. 자유와 번영을 북한에 전파하겠다는 발상은 기존 정부의 통일정책을 역행한다. 이는 박정희 정부의 7·4 남북공동성명, 노태우 정부의 남북기본합의서 등 보수 정부의 대북정책도 포함한다. 윤 대통령의 정치적 지향점이 국민의힘 계열이 맞느냐는 지적은 이와 무관치 않다.

윤 대통령의 독특한 인식은 민주주의에 대한 관점에서도 드러난다. 이준한 인천대 정외과 교수는 “대의 민주주의라는 것이 한 번 선출되면 눈치 보지 말고 마음대로 하라는 것이 아니다”며 “대통령 책임하에 국가적 과제에 대한 여론을 수렴하고, 국회 지원을 받아 수행하라는 것인데 윤 대통령은 이를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윤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의 관계를 동등한 ‘분립’이 아닌 상하 ‘위계적’ 구조로 본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개원 연설 불참 역시 해당 맥락의 연장선에 있다. 정진석 대통령비서실장은 “국회에 가면 ‘이제 그만두셔야죠’라고 야당이 면전에 대고 시위를 하고, 어떤 의원은 ‘살인자’라고까지 퍼붓는데 이런 곳에 왜 대통령이 가야 하나”라고 말했다. 누구든 대통령을 비판할 수 있다는 것이 윤 대통령이 강조하는 자유민주주의의 본질이다. 실제로 1987년 이후 집권한 대통령은 어떤 상황에서도 빠짐없이 국회 개원 연설을 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2004년 국회에서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상태에서도 국회를 찾았다. 유독 윤 대통령만 특별하다.

여야 대표가 정부를 견제할 수 있나

정부의 국회 경시는 결국 제대로 견제기능을 하지 못하는 여야 정당의 책임이다. 특히 국민의힘을 두고는 오히려 “윤 대통령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견제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주요 국면마다 당정 불화설이 나오고 있다. 한 대표가 제안한 ‘의대 증원 유예‘뿐만 아니라 채 상병 특검법을 둘러싼 ‘제3자 추천 방식’ 역시 사실상 거부됐다. 한 대표가 당을 장악할 겨를도 없이 대통령의 거부가 이어진 것이다. 당내 친윤계를 중심으로 ‘제3자 추천 방식’에 반대하는 기조도 분명하다. 윤석열 정부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낸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채 상병 특검법 안에 숨은 나쁜 의도, 즉 정쟁용으로 대통령 탄핵을 빌드업하기 위한 음모라는 게 저희 생각”이라고 말했다. 다음 대선까지 2년 넘게 남은 상황에서 한 대표의 대안이 없는 것도 아니다.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등도 자기 목소리를 내는 중이다.

한 대표는 점점 진퇴양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제3자 추천 방식’은 오히려 민주당을 포함한 야 5당이 받았다. 이들은 한 대표 구상대로 특검 후보를 대법원장이 추천하도록 하되, 야당에 특검 후보 비토권(재추천 요구권)을 추가로 부여해 지난 9월 3일 발의했다. 이를 두고 한 대표는 “(민주당이 발의한 특검법안) 내용을 봤는데 바뀐 게 별로 없더라”며 선을 그었다. 다만 “제 입장은 그대로”라며 향후 대통령과의 갈등 가능성은 남겼다. 결국 본인 말을 뒤집고 대통령에 굽히거나 맞서는 것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할 상황이다. 지지율이 20%대로 주저앉았지만 임기는 2년 이상 남은 대통령을 따를 것이냐의 문제다. 이 교수는 “윤 대통령과 한 대표는 굉장히 가까운 것 같으면서도 결코 서로를 인정하지 않는 독특한 관계”라며 “특히 한 대표는 대통령실과 물밑에서 조율해야 할 일을 공개적으로 말하고 거부당하고 있다. 이를 볼 때 대통령에게 굽힐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9월 4일 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위와 함께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방문, 추석 명절 의료 대응 여력 등을 살핀 뒤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연합뉴스

상황이 복잡한 것은 민주당 역시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가 다시 돌아왔다. 이 대표의 선거법 위반과 위증교사 혐의 1심 재판 선고가 오는 10월로 예고돼 있다. 정부를 향한 견제가 모두 ‘이재명 방탄용’이라고 정쟁화되는 상황이다. 특히 증거 없는 계엄령 의혹 제기는 역공의 빌미만 되고 있다. 정작 대통령 및 여당과 정책대결로 갈 수 있었던 금투세는 빠르면 9월 말에나 당내 입장이 정리될 전망이다. ‘보완 후 입법’을 말하지만 반대 여론이 만만치 않은 상황에서 끝까지 관철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자칫 이름뿐인 금투세로 남을 수도 있다.

결국 한국의 정치 지형은 ‘지지율 20%대에도 경로 변경은 없는 대통령’과 ‘제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야 대표’의 각축전 상황이다. 의료개혁을 포함해 현안이 정치적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의미다. 한국은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각자도생 사회’라는 오명은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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