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당선’ 한국과 독일의 선택은? [특파원 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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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소식을 지켜본 한국과 독일의 시선엔 비슷한 점이 많다. 앞서는 건 ‘트럼프 2.0’의 불확실성에 대한 걱정이다. 경제 전망 수치는 우려를 구체적인 숫자로 보여준다. 한국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은 지난달 31일 트럼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건 보편적 관세를 최대 수준으로 부과할 경우, 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최대 0.67% 줄고, 수출은 450억달러(60조원)가량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독일 경제연구소(IW)는 미국이 유럽연합(EU)에 20% 추가 관세를 부과하고, 유럽연합도 같은 수준으로 보복 관세를 부과하는 시나리오를 가정하면 독일 경제가 약 1800억유로(270조원) 수준의 손실을 볼 것으로 관측했다.
더구나 독일과 한국의 정상 모두 국내 정치적 위기로 정국 또한 소용돌이에 빠진 상태다. 미 대선 다음날인 6일(현지시각) 올라프 숄츠 총리는 신호등 연정의 한 축인 자유민주당(FDP)의 크리스티안 린드너 재무장관 해임을 요청하고, 내년 1월 자신을 신임투표에 부치기로 했다. 사실상 연정 붕괴에 다다른 것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당선이 확실시된 뒤 독일 언론에선 숄츠 총리가 트럼프 시대를 맞이할 준비가 되었는지를 두고도 회의적인 시선이 감지됐다. 숄츠 총리는 지난 8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이 대선 후보로 나서기 훨씬 전인 지난해부터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공개적으로 지지하는 등 선명한 태도를 드러냈다. 이에 독일 경제지 한델스블라트는 6일 숄츠 총리가 유럽의 안보를 미국에 맡겨두고 프랑스와의 관계는 소홀히 한 점을 지적하며, 내부적 분열이 심각한 미국에 과도하게 의존한 건 “커다란 실수”라고 지적하는 논평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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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미국 우선주의’를 내걸며 유럽과 등지려 하는 새 트럼프 행정부에 대응하기 위해선 유럽연합을 이끄는 독일의 리더십은 더욱 중요해질 수밖에 없다. 독일은 트럼프 1기 당시 행정부와의 네트워크 부족으로 골머리를 앓던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자민당 의원인 미하엘 게오르크 링크 대서양 협력 조정관을 필두로 미국 공화당 내 친트럼프 인사들과 관계망을 다지는 등 물밑 작업을 해왔다. 올해 처음 국방 예산을 국내총생산의 2%로 지출하고, 전임 트럼프 정부 때부터 논의해온 미국의 중·장거리 미사일을 지난 7월 배치하기로 결정한 것도 2기 트럼프 대비 전략에 속한다고 독일 공영방송 도이체벨레는 보도했다. 유럽연합 차원에서도 미국이 징벌적 관세를 매길 경우 보복 관세를 부과할 다양한 시나리오를 세우는 등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같은 시기 한-미 동맹을 강조하며 바이든 정부와 끈끈한 관계 맺기에 집중해온 한국 정부도 향후 어떤 트럼프 대비 전략을 갖고 있느냐는 질문에 직면해 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지원 축소와 함께 당장 전쟁을 끝내겠다고도 공언해왔다. 그러나 미 대선을 코앞에 두고 북한이 러시아에 군을 파병한 것을 계기로 ‘살상 무기’ 지원 검토까지 언급한 윤석열 대통령 메시지엔 성급함이 묻어난다. 새 트럼프 행정부와 부딪치게 될 안보·경제 영역에서 정부가 그리고 있는 대응책이 무엇인지도 잘 그려지지 않는다. 중대한 시기 정치적 갈림길에 선 두 정상을 바라보는 국민의 고심은 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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